| 이것은 정신 분열적 소설이다.
시간를 보는 한 눈은 이렇다. 시간이란, 공간이 그러하듯이, 존재의 변화와 움직임을 위한 하나의 요소이며,
시간은 흘러가는게 아니라, 공간이 그러하듯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존재의 한 축을 이루어 겹쳐져 있다고. 시간이라는 단어를 쓸 때, 시 라는 단어를 쓰는 공간과 간이라는 단얼를 쓸때의 공간이 시간을 따라서 물리법칙에 따라서, 존재들의 관계를 규정한다고.
마치 우리가 3차원의 세계를 카메라로 촬영하여 2차원의 공간으로 표상을 만들면,
하나의 차원이 없어지듯이, 시간축에 대하여 표상을 만든다면, 모든 움직임들이 다 반영된 하나의 공간이 될 것이다. 시간과 기억을 만드는 것은, 인간의 정신 활동이 물리 법칙에 따라 관계짓는 방법이 그러해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인간은 모든 시간을 동시에 경헙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 인간이 자기 생의 모든 시간을 동시에 기억한다면?
제5도살장에서, 커트 보네거트는, 이런 의미에서 자신의 삶을 동시에 살아가는, 한 남자의 눈을 빌려서, 드레스덴 대 폭격이라는, 1차 세계대전이라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벌어지는 폭력들을 고발한다. 모든 세상을 동시에 살아가는 그 남자는, 폭력도, 사랑도, 두려움도 없지만,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독자들은 그 덤덤함을 대신 경험하고, 느껴야 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주인공 남자는, 사실 그저 정신분열증에 빠진, 치매에 걸린 노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은 그 둘 사이를 구별할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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