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다. 여섯 개의 줄이 모두 끊어져 나는 오래 전부터 그 기타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때 나의 슬픔과 격정들을 오선지 위로 데리고 가 부드러운 음자리로 배열해주던'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가끔씩 어둡고 텅빈 방에 홀로 있을 때 그 기타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나는 경악한다. 그러나 나의 감각들은 힘센 기억들을 품고 있다. 기타소리가 멎으면 더듬더듬 나는 양초를 찾는다. 그렇다.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가끔씩 어둡고 텅 빈 희망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이상한 연주를 들으면서 어떨 때는 내 몸의 전부가 어둠 속에서 가볍게 튕겨지는 때도 있다.
먼지 투성이의 푸른 종이는 푸른 색이다. 어떤 먼지도 그것의 색깔을 바꾸지 못한다.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시집,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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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투성이의 푸른 종이는 푸른색이다. 반대로, 푸른 먼지가 짙게 쌓인 하얀 종이는 언제 어느 순간에도 결국 하얀 종이다.
중요한것은 진실로 내가 무엇이고,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Ph.D.는 목표가 아니다. 논문도 목표가 아니다.
부끄럽지 않은 자. '진짜' 과학자. 껍데기의 모습이야 어찌 되었건, 내 생각과 욕구와 요구에 적합한 진짜가 되는게 중요한 것이다.